나도 아직 세상을 온전히 내 시각으로 바라보기에는 터무니 없이 젊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는 내가 늙었다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흔히 말하는 중2병마냥 나 자신이 나중에 떠올렸을 때 부끄러워 발길질할 그런 소리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어느 시점에선가 나는 나 자신이 녹이 슬었음을, 그리고 또 끝없이 고통받았음을 생각하였기에 이러한 소리를 하게 되는 것이다.
소리를 내는 것이 정녕 나 자신인지 아니면 나라는 의식체를 복제한 어느 존재인지 나는 그것을 알 수 없다. 다만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내게 소리치는 것이 몹시 괴롭다는 것을 내가 안다는 것, 그 자체가 어쩌면 내가 늙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나는 두려움을 느끼고 너무나도 괴로움을 느끼고 마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오늘 밤에도 자기 전에 내가 눈을 뜨지 않기를 기도하자. 그리고 생명과 죽음의 그 중심에서 줄타기를 또 하도록 하자. 조용히 안식을 취할 어느 한 켠을, 사수하기 위해서라도.
문득 알랭 들롱이 보고 싶어지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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