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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및 잡담/내 감정과 생각

2024년 3월, 블로그 1년을 넘긴 소회

by 스타델라 2024. 3. 27.

"에헤헤. 오늘은 이 이상 없을 기념일이에요. 마짱을, 계속 계속 비춰 주셔야 해요. 마짱의  전속 렌즈인, 트레이너 선생님." - だいだらぼっち@ウマ娘LINE風怪文書, 『약속 (마짱 편)』 중

 

2023년 3월 9일, 여러분의 조언을 듣고 블로그를 개설한 뒤로 어느덧 1년 하고도 약 17일가량이 흘렀습니다. 우연하게 알게 된 だいだらぼっち@ウマ娘LINE風怪文書 작가님의 작품을 번역한 뒤로 - 앞으로도 더 번역하겠지만 - 500편이 넘는 작품을 번역했고, 이 블로그의 누적 방문객 수도 749,086명이라는 점에 거듭 놀람을 느낍니다. 'GIRLS' LEGEND U'의 가사처럼 "Don't stop! No, don't stop 'til finish!"하게 달려왔고, 그렇게 열정적으로 1년을 보냈습니다. 

 

이러한 1년을 달릴 수 있던 요인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하나는 역시 우마무스메에 매료되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だいだらぼっち@ウマ娘LINE風怪文書(이하 ' だいだらぼっち') 작가님의 걸출한 작품과 열정에 감동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 가지 이유는 결국 트레이너 선생님과 우마무스메를 좋아하는 모든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늘 감사드립니다.

 

허나 1년을 거듭 돌이켜 생각해 보면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조금은 듭니다. 모든 작품은 전부 だいだらぼっち 작가님의 애정이 서려져 있기에 번역하면서 읽다 보면 재미있습니다. 그래서 작품에 대한 재미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가끔 문맥적으로 잘 이해가 안 갈 때나 막상 번역했는데 재미있게 번역되지 않은 경우에는 내팽개치고 싶을 때도 있었고, 기분이 안 좋을 때는 블로그 주인장의 생각을 서술하고도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제가 생각할 때 이 블로그에 방문하시는 여러분과의 약속(혹은 개인적인 신념)에 반하는 행위로 생각되어 여러 번 생각을 지웠습니다. 그래서 묵묵히 - 때로는 생각을 적어가면서 - 번역을 진행하였습니다. 자칫하면 블로그가 이도저도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더더욱 그래야 했습니다. 지금에서 생각하면 다행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제가 싸워야 했던 것은 위에서 언급한 신념과의 싸움이기도 했지만 다른 하나는 제가 두려워하는 오해가 쌓이는 일에 대한 싸움이었습니다. 

 

아마... 제 글 습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굉장히 조심스럽고 뭔가를 두려워하면서 글을 쓰고 있지요. 이러한 두려움은 제가 인터넷 문화를 잘 모르는데서 오는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늘 그렇듯 결국 제가 잘못한 실수로 오해가 생겨 괜히 누군가에게 미움을 사거나 혹은 실망을 안기지 않을까 싶은 제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다른 역자님들과 다르게 제 번역의 가장 큰 차이는 빼곡한 각주이지요. 제가 각주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은 사실 "원문은 이렇게 되어 있었는데, 저는 이걸 이렇게 이해했어요. 그렇다 보니 이걸 이렇게 번역했습니다."라는 설명 혹은 제가 저를 이해시키기 위한 과정이었습니다. 그러한 각주를 통해서 혹여나 제가 서툴게 번역한 점이 있다면 여러분께서 설명을 해 주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하고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그래서 중복 번역에 대한 것 또한 굉장히 조심스럽게 밝히게 되고, 게시한 이후에도 두렵게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 제가 번역한 작품의 약 95%(제가 생각할 때)는 아마 제가 먼저 번역한 작품인 경우가 많을겁니다. 그러나 5%의 선행 번역된 작품이 있다면 - 그걸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 번역을 했다는 것을 밝히지 않고 넘어가면 표절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반대로 중복 번역을 밝힌다면 기존 역자를 무시한 태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 보니 딜레마에 빠지게 된 겁니다. 넘기고 번역하면 자칫할 경우 누락으로 생각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저는 일단 완역이 목적인지라 중복 번역과 무관하게 번역하되, 어디서 살펴보았는지를 밝히고, 다르게 번역한 이유를 밝힘으로써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게시글을 올리고 두렵다고 하는 것은 혹여나 제가 밝힌 커뮤니티에 대한 이야기가 제가 그 커뮤니티에 대한 의견을 밝힌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었습니다. 

 

그런 고민을 사실은 여러번 털어놓고 싶었고, 혹여나 오해를 샀다면 그게 어떤 이유에서든 설명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차마 그러지 못한 건 제가 쓰는 글에 실린 감정을 글을 읽는 여러분이 느끼시고 많이 복잡하게 생각하실 것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보니 차마 이야기를 하지 못했던 것이었으나, 근래에 방문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게 혹시 제가 실수한 게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짧은 생각에서 3월이 가기 전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하여 이런 생각을 밝힌 것입니다. 결국 이 고민은 제가 역.식질을 하면서 생긴 제 숙제였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런 저런 고민을 안고 번역한 게시물을 올리는 이 블로그는 그래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역자의 블로그인지라 그렇게 이름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제 블로그는 이렇게 1살을 넘겼습니다. 그리고 제 역.식질도 조금은 틀이 잡히고 있고 말이죠. 

 

퇴근 이후 번역하다보니 통상 평일에는 9시에서 11시, 주말에는 5시 이후 업로드 하는 일이 많아 업로드 시간과 보시는 시간에 시차가 큰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그 간격을 줄여보려고 계속 빠르게 번역해보고 있긴 한데, 역시 잘 안되네요. 그럼에도 이해해 주시고 방문해 주시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헤어지기 전까지 계속 번역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2차 창작자와 모든 역.식자에게 존경을 표하며

스타델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