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せきはん@脊髄反射/せきはん@脊髄反射 단편 소설집

【오는 이유, 있고 싶은 이유】

by 스타델라 2024. 12. 19.
【오는 이유, 있고 싶은 이유】

또 Twitter의 괴문서를 정서하고 싶어져서 써 봤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표제가 전부.

이하 보낸 마시멜로 (하략)

- せきはん@脊髄反射, 2022년 04월 25일 게재      
- 출처: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7461768

 

【오는 이유, 있고 싶은 이유】

 

생각해 보면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던 걸까.
라고, 바보 같은 내가 나답지 않게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정신이 드니 그렇게 되어 있었다.

트레이너실 문 앞에 서서, 조금만 심호흡
네일도 메이크업도 제대로 확인하고 눈앞의 문을 기세 좋게 연다.

"트레이너~! 뭔가 오늘 친구들 모두 못 논다고 해서 말이야~ 한가하면 신경 써 줘~!"

오늘도 나를 위해 트레이닝 메뉴를 짜거나 하고 있겠지.
서류가 잔뜩 있는 책상에서 얼굴을 내민 트레이너가 한가하지 않아! 같은 소리를 하는 듯한 얼굴을 하고 내게 미소 지어 준다.
사실 누군가 놀아줄 테지만, 바보 같은 내게는 좋은 변명도 떠오르지 않으니까.


또 그날로부터 조금 지나서, 또 나는 트레이너실 문을 연다. 

"트~레~이~너~... 스마트폰 배터리가 다 나가서 진심으로 삐엥한데요~! 충전하게 해 줘~..."

새까만 화면의 스마트폰을 보여주면서
나는 멋대로 방에 있던 콘센트에 충전기를 끼운다.
트레이너는 쓴웃음을 지으며 "어느 정도 충전하면 돼? 1시간 정도야?" 같은 걸 물어본다.

위험해... 물어봐도 잘 모르겠고...
트레이너의 말에 조금 당황해서 대충 대답하고, 전원이 꺼져있는 82% 충전된 스마트폰을 충전하기로 했다.

또 조금 더 다른 날, 비 때문에 트레이닝은 쉰다고 했다.
트레이너는 뭐 함? 이라고 물었더니 "일하는 게 당연하잖아"라며 웃어넘겼다.

트레이너실과는 조금 먼 곳에서,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최대한 서두르는 듯한 발소리로, 최대한 머리카락이나 옷자락이 망가지지 않도록 달리면서.

"트레이너!! 지금 골쉽 녀석에게 쫓기고 있어! 숨겨줘!"

골쉽이라면 맥퀸짱을 쫓고 있는 걸 아까 봤다.
아마 근처에 있지 않을 테니 괜찮으려나.

트레이너실에 오는 이유, 이제 몇 번째였더라?
있고 싶은 이유는 하나밖에 없는데 말이지.

절친으로 삼고 있는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마음속으로 사과하면서
트레이너에게 시험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아, 이것만은 진짜 오는 이유잖아, 개웃겨.


어느 날, 친구들이랑 수다 떨고 있었더니, 내 트레이너가 찾아왔다.

어라? 오늘은 트레이닝 없는 날이고, 시험도 (아슬아슬하게) 낙제점이 아니었는데... 뭐지?

"이야기하고 있는데 미안해...
조던, 충전 정도는 제대로 하는 편이 좋아?
무슨 일이 있을 때 연락이 안 되면 곤란하니까."

우왓...! 그러고보니 스마트폰 충전을 이유로 하는 거 벌써 5번 정도 했을지도...!

"이, 있잖아 트레이너! 그건..."
"트레이너 선생님, 조던에게 무슨 일 있나요?"

내 핑계를 대며 골드 시티가 끼어들었다.
시티라면 잘 변명해 줄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트레이너는 내가 여러 가지 이유로 트레이너실에 온 이유를 전부 다 말해버렸다.

"헤~~~" 라고 말하면서 다들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흐~응, 충전이라면 다음에 휴대전화 충전기 건네둘게요."
라고 시티가 트레이너에게 답하고 있었다.

위험해... 혹시 들켰을지도...!

"하지만 트레이너실에 있어도 괜찮지 않나요? 딱히 닳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어라?

"그것도 그런가... 아니 미안했어 조던, 그러면 실례했어."

가볍게 손을 흔들며 트레이너는 돌아갔다.

그러자 시티와 다른 애들이 히죽히죽거리면서 나를 돌아봤다.
"우리가 모두 모여서 못 놀았던 일이 있었던가?"
으...
"조던, 충전 끊길 일 없잖아~"
우와아... 이거 혹시...

"조던, 이걸로 하나 빚졌네, 하치미가 좋으려나?"
라며 시티가 손가락 하나를 내게 향한다.

"으~, 알겠어! 알겠습니다~! 한턱내겠습니다~!!"

감 좋은 친구라 다행인지, 아닌지...
이번 달 용돈 빠듯한데...

"다음부터는 말이야, 우리들이 놀아주지 않는 걸로 할 거면
LANE의 단톡방에 말하라고, 말을 맞춰줄 테니까."
"아~, 그거 좋은 생각일지도."
"그거, 조던이 2번 빚지는 거잖아! 대박!"
"아하하하! 다음에는 나 타피오카로 할까나~!"

역시 나빴을지도...
모두랑 다 함께 왁자지껄 떠들면서
나는 내일 트레이닝실에 갈 이유를 생각하기로 했다.

―끝―

 


※ 이 작품은 せきはん@脊髄反射님(@Sekizui_Reflex)의 허가를 받고 번역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