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 후기를 쓴 게 4월이던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에서는 그것조차 머나먼 옛일처럼 느껴지니 참 기분이 묘합니다.
이런 글은 어떻게 써야 좋을지 잘 모르겠지만, 결론부터 말해서, 조금 전 확인해 봤는데... 우마무스메 가이드라인 관련으로 번역하기 조금 어려운 작품 1편을 제외하고는 오늘까지 올라온 だいだらぼっち@ウマ娘LINE風怪文書 작가님의 748편은 전부 번역을 끝냈습니다.
뭐부터 말씀드려야 좋을지 사실 잘 모르겠지만... 가장 먼저 드려야 할 말씀은 역시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역ꞏ식질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은 데다, 이렇게 많은 작품을 번역할 거라는 생각은 더더욱 하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블로그에 관한 생각도 안 했었지요. 그런 상황에서 한국에 상륙한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를 통해서 우마무스메라는 IP를 알게 되고, だいだらぼっち 작가님의 작품을 알게 되고, 여러분의 조언 덕분에 블로그를 만들고, 누적 방문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하고... 이 모든 것이 지금도 정말 꿈만 같습니다.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도와주신 많은 분께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든 시작은 '패왕의 우울 (오페라 오 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역자로 활동하기 전에 디시인사이드에서 어느 역자님께서 '오페라 오에게 인연을 끊자고 말해버렸다'라는 이름으로 그 에피소드를 번역하셨던 걸 우연히 루리웹에서 봤었는데, 사람에게 시달리다가 마음마저 좀 먹힌 2022년에 1번, 그리고 미래가 불투명해서 좌절해서 괴로워하던 2023년에 각각 1번씩 같은 작품을 게시판에서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이 작품을 보면서 웃었는데, 다만 그때는 だいだらぼっち 작가님의 작품인 줄 모르고 그저 누군가의 작품이겠거니 하고 생각한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다가 인터넷 게시판에서 그 작품이 '우울 시리즈'의 일부임을 알게된 이후 저 또한 작가님의 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다른 번역본도 있는가 싶어 찾아봤는데, だいだらぼっち 작가님의 작품은 '담당에게 잘못 보내 버렸다...' 시리즈 중 몇 편만 번역된 뒤 아무도 번역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 그 무렵이 누군가가 'だいだらぼっち 작가님의 작품이 많은데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번역을 안 했다'는 이야기를 우연히 커뮤니티에서 보게 되었던 시기였는 데다, 때마침 설날이었으므로 우마무스메 괴문서 중 한 편을 번역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번역한 것이 바로바로 제 첫 우마무스메 번역본인 '우울… 어어어… 어려운 한자다… (우라라 편)'이었습니다.
그 뒤로 だいだらぼっち 작가님께서 투고하셨던 작품들을 중복 번역과 상관없이 번역하였지만, 사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긴 했지만, 사실 가장 큰 문제는 늘 머릿속에 생기는 고민 중 하나였던 '어떤 번역이 좋은 번역일까?' 라는 문제였습니다. 말을 말로 옮기는 작업에서 오는 문제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제가 그것보다 늘 고민하던 건 우마무스메들의 말버릇(에어 그루브의 '타와케(たわけ)'나, 마루젠스키의 '초베리굿(チョベリグ) 등)이나 별명(정글 포켓을 폿케라고 부르는 것), 그리고 타마모 크로스와 같은 사투리를 쓰는 아이들의 말투를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번역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거든요. 제가 번역하던 무렵에 특히... 그런 이야기가 많이 나왔었다 보니 그런 부분에 대한 고민이 더 컸었습니다.
특히 '조심하지 않으면 삽시간에 인간쓰레기가 되고 맙니다'라는 어느 만화 속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 유행어나 단어 등을 잘못 사용해서 논란이 생길 경우, 제 번역으로 특정 우마무스메에 대한 이미지나 작가님에 대한 이미지가 훼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더 고민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니 어떨 때는 "내가 부족한 걸까?" 하는 생각도 했고, 어떨 때는 "내가 그만둬도 될 것 같아. 결국 머리 식히기 겸 취미니까." 같은 생각을 하면서 관둘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계속 번역을 한 건 역시 저처럼 힘든 누군가에게 だいだらぼっち 작가님의 작품이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위에서 이어지는, 번역을 멈추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だいだらぼっち 작가님의 작품을 중간에 포기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글을 쓴다' 혹은 '글을 번역한다'는 행위는 보기 위함이라는 것이 기본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지만, 그 이전에 글은 결국 자기 자신을 설득하는 행위가 우선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번역을 진행하면서 제가 '이건 어렵다', '이건 못 살리겠다'라면서 이유를 붙이면 "아, 나중에 분명 외국어와 관련해서 장벽이 생기면 나는 분명 도망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각주노트를 꽤 많이 쓰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번역이 완료된 이후에도 늘 이런 번역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걸 보면 여전히 저도 더 실력을 쌓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항상 좋은 지적을 해 주시는 여러분께는 항상 감사하는 마음만이 가득합니다.
더 적으려면 적을 수 있을 건 같지만, 머릿속으로 정리되지 않으니 문득 생각난 것으로 이 후기를 마무리 짓고자 합니다. 예전에 坂崎ふれでぃ 작가님의 『역사상의 우마무스메』를 보다가 "1984년 재팬컵에서 당당히 도주하여 1착을 달성한 카츠라기 에이스의 모습을 보고 살아갈 용기를 얻은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비록 저는 실제 경마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우마무스메라는 IP가 - 제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닙니다만 - 제게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점에서 저 또한 우마무스메에게 구원받은 한 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작가님의 작품이, 혹은 우마무스메라는 IP가 부디 저처럼 괴로워하는 누군가의 삶을 구하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스타델라의 작은 소원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번역을 할 수 있을지, 어느 작가님의 작품을 더 번역하게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보려고 합니다. 언젠가 제가 번역을 그만두는 날이 오기 전까지는 지금처럼 같이 달려주셨으면 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정진하겠습니다.
스타델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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