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せきはん@脊髄反射/せきはん@脊髄反射 단편 소설집

【환상처럼】

by 스타델라 2025. 3. 26.
【환상처럼】

그건 분명 만났을 터인, 없어져 버린 하루.

- せきはん@脊髄反射, 2022년 07월 09일 게재      
- 출처: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7924751

 

【환상처럼】

 


―――승부복―――
레이스를 달리는 우마무스메에게 그건
훈장이자, 책임이자, 무기이다.

이렇게 말하는 나, 하야카와 타즈나 또한 자신의 승부복이 눈앞에 있는 것이다...

"이거... 집에서 가져온 짐에 섞여 버린 건가..."

학원에서 내 짐을 정리하던 중
본 적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신경 쓰여서 열어보니, 거기에는
예전에 내가 입었던 승부복이 있었다.

"그립네... 결국 그렇게 많이 입지는 못했지만..."

예전의 레이스를 떠올리고 있을 때
문득 불끈불끈하고, 다시 입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았다.

주위를 힐끔힐끔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지를 확인한 뒤, 귀를 기울이고 다가오는 기척도 없는지 확인...

...좋아...!


──────

"어라...? 조금 껴...?"

어디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전에 입었을 때보다 옷과 피부의 밀착도가 달라진 듯한...

아니 아니 그럴 리는 없을 테지...
확실히 조금 라멘을 너무 먹은 것 같은 기분은 들지만 트레이닝도 몰래 계속하고 있고...

같은 걸 생각하며 괴로워하고 있자, 드르륵하고 뒷문이 열렸다.

"타즈나 씨, 조금 확인하고 싶은 게... 어라?"

들어온 건 눈여겨보고 있던 신인 트레이너 씨였다.

응, 위험해.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너무 부끄러워...!

"아, 저 트레이너 씨... 이건 말이죠...!!"

"있잖아 너, 타즈나 씨 못 봤니?"

"...헤?"

트레이너 씨... 나를 못 알아보셨나...!?

잠깐잠깐 생각해 보는 거야, 타즈나... 이대로 얼버무리는 방향으로 가는 거야...

휙 하고 앉은 자세를 가다듬고, 나는 특유의 거짓 웃음을 지었다.

"타즈나 씨라면 아까 나가셨어요, 용건이 있다면 전해드릴게요?"

"그렇구나..., 그런데 너는 누구니?"

용서 못 해.

가 아니었다... 그러니까 여기는 신중하게...

"그러니까... 타즈나 씨의 친척인 토키노 미노루라고 합니다!"

"헤에~, 너 같은 아이가 있는 줄 몰랐네."

"학원은 넓으니까 말이죠~"

"괜찮다면 달리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용서 못 해.

가 아니야... 진정하자, 타즈나...
괜히 거절하면 수상하게 여길지도...

다행히 오늘은 학생도 적으니 교정을 뛰어도 들키지 않을 테지...

나는 바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평소에 쓰던 게 근처에 있어서 다행이다...)
트레이너 씨와 함께 걷기 시작했다.

──────


"아아... 부상으로 쉬고 있었구나...
 그거 큰 일이네, 승부복까지 만들었는데."

"아뇨 아뇨, 이제부터 입으면 돼요~"

거짓말이다, 레이스 같은 건 얼마나 오랫동안 안 나갔는지도 모르겠고.

복잡한 마음을 품으면서, 어느새 트레이너 씨가 준비해 둔 게이트에 들어간다.

... 정말로 어느 틈에 준비한 거지...

"그러면 아까 말한 사츠키상을 이미지로 한 2000m로 괜찮은 거지?"

"아, 네~에! 문제없어요~!"

게이트가 열릴 때까지의 몇 초, 내 머릿속은 놀라울 만큼 맑았다.
'하야카와 타즈나'에서 '토키노 미노루'로 돌아간 듯한, 그리운 감각.

열린 게이트에서 뛰쳐나온다.

이렇게 마음껏 달리는 건 얼마 만일까.

뺨을 스치는 바람은 이렇게나 기분 좋았던 거였던가.

펄롱봉의 숫자를 보고,
슬슬 스피드를 걸까...
하고 생각한 순간, 무의식적으로 다리가 가속되었다.

아아... 달리는 건 즐거운 거였구나.
머릿속으로 기억하고 있어도,
마음이 잊어가고 있던 감정이 선명하게 퍼져나간다.

──────

"굉장해... 굉장해 너!!"

"... 에?"

"말도 안 되는 타임이야!!
 너만 괜찮다면 나와 계약을..."

"에? 에에??"

엄청난 기세로 다가오는 트레이너 씨.
엉겁결에 몸을 젖히는 나.

아무래도 트레이너 혼에 불을 붙인 듯해서...

이, 이대로 밀고 나가면 위험해...!
어떻게든 속여야...
하고, 생각한 순간, 내 다리에 약한 통증이 스친다.

"아파라..."
"괜찮니!?"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나를 눈치챈 트레이너 씨는,
내 다리에 통증이 있다는 걸 눈치채고는
나를 품에 안고 보건실로 데려가려고 한다.

당황해서, 파스가 있으니까 타즈나 씨(나)의 방에 데려가 주세요
하고 부탁했더니, 바로 그쪽으로 데려가 주셨다.

"이걸로 됐다... 조금 마사지도 해 둘까."

"아, 네..."

동료에게 발 케어를 받는다는 그 부끄러움이란...

지금까지의 내 행동도 합쳐져서, 새삼스럽지만 죽을 만큼 부끄럽다...

"미안해... 내가 무리하게 말해서 뛰게 한 탓이야..."

"그런...!
 트레이너 선생님 탓이 아니에요!"

나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나온 큰 목소리에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
그런 나를 내버려두고 트레이너 씨는 숙인 머리를 들려고 하지 않으셨다.

"아니... 트레이너라면 우마무스메의 컨디션을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더욱이 부상이라니...!"

아아... 이 사람은 정말로 달리는 우마무스메를 생각해 주는구나...

천천히, 내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 사람이라면, 훌륭한 트레이너가 될 테지.

그리고, 그렇기에...

"트레이너 선생님, 오늘은 이제 됐으니까요...
 또 내일 만나요?"

가벼운 말투로 트레이너 씨에게 작별을 고한다.

마지막까지 마지못해 돌아가는 듯한 모습으로 간신히 돌아간 그를 배웅하면서
나는 조금 전에 벗은 승부복을 치우고 운동복 차림에서 평소의 슈트 차림으로 갈아입었다.

──────


다음날, 약속한 시각에
어제와 마찬가지로 내 사무실에 트레이너 씨가 찾아왔다.

"어라... 타즈나 씨만 계신가요...?"

"네, 저 말고는 없답니다?"

애써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을 한다.

"어제 만난 토키노 미노루라는 아이를 찾고 있는데요...
 확실히, 타즈나 씨의 친척이라고."

"...친척 중에 토키노 미노루란 아이는 없어요..."

거짓말은 안 했다 친척이 아니라 나니까.

"에에!? 분명 어제 만났는데..."

"트레이너 씨! 그것보다 어제 제출하기로 한 서류는 어떻게 하셨나요?"

"켁...!"

"정말이지... 그 모습으로 보건대 들고 오진 않으신 거죠?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들고 와 주세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방을 나가는 트레이너 씨.

그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조용히 고개를 숙인다.

토키노 미노루는 환상이 되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말씀드릴게요.

당신이 제 트레이너였다면, 매우 즐거웠겠죠.

"감사드려요, 그리고... 죄송해요."

내 감사와 사과는, 환상처럼 아무에게도 닿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끝―

 


 

※ 이 작품은 せきはん@脊髄反射님(@Sekizui_Reflex)의 허가를 받고 번역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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